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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들아…… “

 익숙한 톤이 초저녁의 공기를 타고 실려 왔다. 연행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 온다.

 “ 알료사, 산책 갈까요? “

 에덴에서 산책하는 건 또 오랜만이네요. 이대로 길드까지 가죠. 얘들아, 하고 운을 떼었을 뿐인데 익숙한 양으로 양 팔을 각각 레니에와 린든에게 붙들린 알렉세이가 길게 한숨을 뱉어 낸다. 이렇게 뱉어 낸 맑은 숨이 퀴에스에서부터, 아니 그 전부터였던가- 몇 번이나 될지 구태여 세지도 않았지만 세었다 해도 퍽 머리 아플 일이 될 것이었음이 너무나 분명했다.

 언제부터 얘들아, 하는 말이 마법의 산책 주문 따위가 되었던가. 그 말을 내뱉은 당사자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야 당연하지, 이를 산책 주문으로 만들어 낸 것은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은유와 비유가 난무하는 상황에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침착하게 걸음을 옮기는 것이 전부였다. 이미 침착함을 잃었던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길드에 가까워질수록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 왔다. 대대로 활기찬 이들이 모여 만들었기에 활기와 생기가 창문 밖으로 흘러 넘치는 장소. 비록 그곳을 향해 느긋한 걸음으로 산책 – 이라 쓰고 20기 탐사대원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연행, 이라 읽곤 했다. – 해 나아가는 이들은 라이트키퍼 길드 내에서는 별종이라 통할 정도로 이성을 형상화한 쪽에 가까운 사람들이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이야기. 보편적인 이야기가 꼭 모두의 이야기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 알료사는 정말…… 산책을 좋아하네요. “

 새삼스러운 소리지만요, 잔잔하게 덧붙인 레니에가 시선을 돌렸다. 서편의 하늘로 서서히 떨어지는 해가 지평 언저리에서 붉게 번져 들고 있었다. 푸른빛이 흩어져 가는 새하얀 하늘에 주홍색 빛이 녹아 든다. 길드가 가장 시끄러울 시간이네요. 은은하게 나온 목소리에 알렉세이의 반대편 팔을 자연스레 잡고 있던 린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 길드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곧 도착하겠지만,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아요. 돌아오는 길에도 함께 산책하죠. “

 “ 그러니까 산책하자고 한 적 없대도…… “

 한숨 섞인 체념의 목소리가 초저녁의 하늘로 흩어진다. 이제 막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는지, 근처 굴뚝에서 옅은 연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라이트키퍼 길드의 초저녁 분 산책이 끝나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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