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버퍼 길드가 생겼기에 지상 탐사도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거라고! 호탕하게 말하는 길드장의 목소리가 제법 크게 울렸다. 내리쬐는 오후의 햇살, 자그마한 길드 앞으로 몰려든 인파. 봄의 기운이 한데 모인 이들 사이에서 가볍게 움텄다.
분명 눈에 더 잘 띄기 위한 빨간 뜨개 장식이었으나, 곳곳에서 색색의 꽃이 피어나고 이에 따라 더욱 화려한 색채로 차려 입은 이들이 늘어나는 봄에는 또 그리 눈에 확 들어오는 장식은 아니다. 역시 겨울이 와야 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투덜거림으로 대신한 다이아가 가볍게 기지개를 폈다. 모두에게 공평히 내려앉는 햇빛이 위로 뻗은 손끝에서 부서져 흩어진다.
디버퍼 길드에 들기 위해 모여 든 인파. 신전으로 선서를 하러 향하는 이들. 길드 증축을 위해 커다란 지부를 알아보러 다니는 사람들. 여타 길드에 비해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으레 활기차지는 못했던 길드에 간만의 생기가 돌고 있었다.
되찾은 봄의 빛이 내려 앉는다. 날개 사이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빛의 파편을 가볍게 손으로 흩은 샤마쉬의 구둣발이 보도와 부딪쳐 듣기 좋은 소리를 내었다.
“ 좋은 오후예요. “
으레 할 법한 평범한 인사가 전해져 왔다. 모여든 사람들의 눈빛이 짙은 푸른빛의 날개로 모여 들었다가 이내 부산스레 흩어졌다.
실례할게요, 잠시만요. 인파를 헤치는 금빛 눈동자와, 햇빛을 마구 흩뜨리는 채 단정히 하나로 묶은 새카만 머리칼. 화려한 금장이 햇살을 고스란히 받아 제 자태를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반짝이고 있었다. 그 눈부심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 어느새 제 근처까지 순식간에 다가온 두 사람이 보인다. 한쪽은 가끔 자신이 반-사람이 아니냐고 농조로 말하곤 했지만 아무렴,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다.
“ 점심은 다들 먹었어요? ”
“ 아뇨, 새 책을 구하느라 아직…… ”
책을 한 움큼 끌어안은 히람이 쏟아지는 햇살에 가볍게 눈썹을 찡그렸다. 콧등에 작게 모여들었던 주름이 금세 흩어졌다. 그럼 뭐라도 들죠, 길드 일을 보기에는 다들 바빠서 무리가 있어 보이고. 옅게 웃으며 상황 정리를 마친 샤마쉬가 근처의 식당을 물색하려 조금 위로 날아올랐다. 사람이 너무 몰리지 않는 곳이 좋겠지.
다이아는 후식으로 단 아이스크림이 나왔으면 좋겠어. 제 의사를 전달하는 목소리가 꽤나 확고하다.
늦은 점심 식사를 물색하는 디버퍼 길드의 오후가 지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