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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비어 있는 길드는 흔한 정경이었다. 언제나 소수 인원으로 모이는 것을 선호하고, 또 모든 의뢰는 은밀하게 처리한다. 의뢰 게시판의 종이들 중 쓸만한 게 있나 둘러보는 푸른 눈길이 제법 익숙하게 가 닿았다.

 붙어 있는 의뢰라면 가리지 않고 일단 뜯고 나서 생각해 보던 시절도 있었지. 캔더윈이 제 지난 세월을 돌아보려는 듯 잠시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가, 이내 실없는 과거 회상임을 깨닫고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원체 잘 모이지 않는 이들이기에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아, 한쪽 다리가 부러진 지 벌써 몇 년이 지난 나무 의자에 걸터앉은 그가 제 큰 창을 옆의 벽에 기대어 세워 두었다.

 벽의 시계에서는 시침이 거의 정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루의 시작을 자정이라 칭한다면 벌써 절반이나 지난 시각. 문득, 초침이 제자리에 멈춰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그대로 둘까, 고쳐 둘까. 역시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나쁘지 않을지도. 심드렁한 눈으로 바라보던 캔더윈이 마지못함 반, 자의 반으로 일어날 즈음.

 “ 좋은 새벽입니다. “

 멀쩡히 달려 있는 창문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는 사실을 보란 듯이 가볍게 무시하며 농간을 시도한 아카의 목소리가 제법 익숙하다. 이 시간에 들려 올 목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해 보지만, 요 근래 들어 그는 이맘 때쯤 항상 얼굴을 비추어 모두의 시간 감각을 흔들어 두었기에 완전히 낯설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새벽 아니지 않나? 새벽입니다. 실없는 농담 비슷한 것이 오간다. 열린 문 너머에서 궁극의 스트레칭을 하며 두 팔을 쭉쭉 펴 관절을 풀며 나온 루이제가 제 머리칼을 엉성하게 묶었다. 그 뒤에서 이어서 들어온 아르네가 좋은 아침…… 점심이야, 하며 시간을 정정했다.

 시곗바늘이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 돌아간다. 시침도 분침도, 12로부터 조금 넘어선 시각. 슬슬 점심 시간이 다가오는지, 근처의 식당가가 가볍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열린 문을 타고 들어온다. 적막과 고요가 차올라 있던 스나이퍼 길드 안으로 사람들의 소리가 섞인다.

 되찾은 빛. 따끈한 정오의 해가, 스나이퍼 길드에게 오후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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