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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성거리는 인파가 길드 문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긴 여정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조금 들뜬 사람들과, 잃었던 이들을 찾고 있는 듯 곳곳에서 망설이며 서성거리는 사람들.

 “ 길드 안쪽에 자리가 많이 없으니까, 한 명씩 들어와~ “

 길드의 입구 앞에 서서 한데 옹기종기 모여든 인파를 정리하는 세레스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같다. 치료사의 익숙한 목소리에 묘한 안정감을 느낀 사람들이 제법 한데 모여 서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자고로 셋 이상의 사람이 모이면 백 퍼센트 예외라는 것이 발생한다는 법이라 했던가. 오히려 점점 모여드는 인파에, 현재 힐러 길드의 인력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을 목전에 두었을 바로 그 찰나.

 비켜, 지나갑니다~ 반말인지 존칭일지 모를 것을 적절히 섞어 가며, 십 년 전의 어투와 지금의 어투를 적당히 버무려 인파를 흩어 길을 낸 벤이 옆구리에 커다란 삽을 낀 채 입구 쪽으로 걸어 왔다. 막 아침 작업을 끝낸 모양인지 – 향간에는 그의 작업이 꽃이 아닌 다른 것을 묻기도 한다는 설이 돌았으나,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떠돌이 형의 소문으로 금방 사라질 류의 것이었다. – 삽의 끝에서 물 젖은 흙이 조금 떨어졌다.

 

 어, 누나. 둘의 나이를 아는 길드원이라면 그 낯선 호칭에 눈을 동그랗게 뜨겠지만 벌써 그것도 꽤나 오래된 호칭이라 자연스레 넘기는 데에 성공한 아몬이 힐러 길드 안으로 들어와 막 돌아온 탐사대원들의 소식을 듣고자 하는 이들을 대충의 손짓으로 정리하며 시선을 돌렸다.

 이 모든 건 또한 신의 뜻입니다! 신을 믿어야 한다고 목이 찢어져라 외치고 있는 익숙한 얼굴의 신관이 보였다. 신을 직접 만나 본 적도 없으면서 잘도 그런 소리를 하곤 했다. 항상 그런 식이었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힐러 길드와 친한 물약 제작 공방에서 무료 물약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방이라, 제가 예전에 몸담았던 공방의 이들이 잠시 스쳐 지나갔으나 그저 그뿐이었다. 꿈결 같은 과거의 이야기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는 놓아 주어야 하는 것이었으므로.

 “ 일찍 왔네. “

 느릿한 걸음걸이가 그런 아몬에게로 다가 섰다. 저쪽의 물약 나눔 행사를 다녀온 모양인지, 손에 쨍한 푸른빛의 색채를 담은 정체 모를 물약 병 하나를 흔들어 보인 아스테리아가 여유로운 손길로 코르크 마개를 열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게 그렇게 수면에 좋대. 마신 사람들 중에 아무도 일어난 사람이 없다더라.

 ……그거 큰일 아닌가? 포에버슬립티의 상품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려는 찰나, 웃음기를 가득 머금은 얼굴이 푸른 병을 선뜻 내밀었다. 그런 거 마시지 않아도 충분히 잘 자고 있다 진지하게 답하는 아몬과, 저 멀리에서 둘을 발견하고선 인파 정리를 그만둔 채 다가오는 세레스와 벤.

 오늘도 다시, 힐러 길드의 아침이 밝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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