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구석의 테이블에서 탁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연기가 걷히고 나온 것은 숯에 갓 구워낸 칠면조 구이. 그 바로 옆에는 이와 대조적으로, 매콤한 간장 양념에 잘 절인 먹다 남은 고기가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 끈끈한 소스가 눌러 붙은 접시를 치우는 손길이 제법 익숙하다.
사람이 엎어져서 잠들어 있어서는 안 될 위쪽의 선반에 제대로 늘어져 잠들고 있는 사람을 오늘 아침부터 벌써 세 명이나 내려 준 프란치스코가 아침을 맞이하기 위하여 커튼을 걷었다. 따가운 봄 햇살이 정통으로 눈을 찔러 와 눈을 가늘게 떠 본다. 빛이 들어오는 구멍이 조금 작아졌을 뿐, 익숙하지만 또 익숙지 않은 아침 해가 유리창 너머의 사람에게 가득 들어찼다.
아, 또. 약간의 투덜댐이 섞인 목소리가 유리가 박살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들려 왔다. 분명 바닥에 멋대로 굴러다니던 아침의 술병이 들어오던 이의 발길에 채여 제멋대로 구르더니 끝내 부서지기라도 한 것이겠지. 돌아보지 않아도 익숙한 정경에 가볍게 미소를 그린 프란치스코가 뒤를 돌았다.
“ 왔어? 잠은 좀 잤고. “
“ 자고 일어났어. 다시 말하지만 나 자고 온 거니까. “
익숙한 패턴의 대화가 맴도는 햇빛 사이로 흩어졌다. 길드 내부를 따끈히 데우는 노오란 햇빛에 바닥에서 붕 떠오른 먼지마저 희게 흩날렸다. 다치진 않았고, 하는 물음에 술병이 다쳤지, 라 일갈한 이슈타르의 주홍색 머리 끝으로 빛의 파편이 부서져 내렸다.
“ 어쩐지…… 아직 일곱 시가 되지 않아서, 깨어난 달링들이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기분! ……앗. “
기세 좋게 문을 열어젖힌 로얄이 안에 서 있던 둘과 눈을 마주치고선 앗, 하는 나지막한 감탄사로 말을 맺었다. 잘 익히다 못해 살짝 탄 것 같은 자몽색 머리칼을 흔들고 지나친 바람이 간밤의 피로연 음식 냄새로 가득 찼던 어태커 길드 내부를 가볍게 채워 넣었다.
에브리데이 어태커, 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태커 길드의 아침은 꽤나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비록 다른 길드원들은 곳곳에서 누워 자고 있거나, 일부 길드원은 술김으로 올라온 뜨거운 열기에 못 이겨 옷을 벗고 테이블 위의 빈 접시를 이불 삼아 태평하게 아침 잠을 즐기고 있지만- 뭐, 아무렴 좋은 류의 익숙한 이야기들.
“ 좋은 아침이라구~! “
마지막으로, 조용한 아침 공기를 기세 좋게 깨뜨리는 아일리우스의 목소리가 따뜻한 공기 안에 녹아 들었다.
노란 빛이 막 지평 너머에서 떠오르기 시작한, 동 틀 녘의 이른 아침.
어태커 길드 안을 가득 채워 넣은 빛이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