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 무기를 손질하는 소리, 금속제 물건들이 부딪히는 소리. 온갖 소리가 난잡하게 흩어진 뜨끈한 분위기 속에서 잔뜩 진지한 눈썹을 하고 모여 앉아 있는 네 사람.
“ 그래서…… 오늘의 술값은, 누가 내는 건가요~……? “
의도적으로 조금 톤을 높였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숨김 없는 챠이란의 목소리가 이번만큼은 결착을 짓자는 투로 공기 중에 섞여 들었다.
오늘은 만다린이 내기로 결정했다. 무슨 소린가? 사베어 자네가 내기로 했잖나. 말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옆 사람을 가리키는 유피테르와 이를 받자마자 금시초문이라는 투로 옆 사람을 가리키는 만다린이 나란히.
정마알, 이렇게 해서는 결정이 나지 않는다구요……~ 오늘도 어김없이 한바탕 난장판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은 챠이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의 커튼을 걷었다. 슬슬 해가 지평 너머로 반쯤 사라질 즈음의 늦은 저녁. 곧 있으면 완연한 밤이 찾아올 것이다. 어스름의 그림자가 길게 이어져 세 사람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들어왔다. 저 너머에서 기어 내려앉는 푸른 그림자가 시뻘겋게 타오르는 오늘의 마지막 불길에 번져 나갔다.
주문하신 맥주 네 병 먼저 드릴게요. 술값을 낼 사람을 정하기도 전에 전채 요리를 겸하여 이미 술을 미리 주문해 둔 테이블에 증류한 보리의 향이 알싸하게 쏟아졌다.
일단 마시고 생각하지. 기다렸다는 듯 냉큼 잔을 집어든 만다린이 가벼운 손길로 잔을 흔들면, 이 테이블의 술값을 전부 내다가는 제 집을 팔아야 할 거라 덧붙인 리브 역시 제 잔을 쥔다. 제 기준으로 최대한 빠른, 그러나 타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턱없이 느린 걸음걸이로 제자리로 돌아온 챠이란이 뒤늦게 잔을 들면 마지막으로 잔의 손잡이를 쥔 유피테르가 제 팔을 앞으로 뻗는다.
“ 테르 형, 승리의 주문이요! “
“ 그런 건 대체 누가 가르쳤나, 리브? “
20기 탐사대원들이 으레 그러하였듯이, 자연스레 유피테르를 놀리는 방향으로 화제가 전환된 테이블의 분위기에 따끈한 저녁놀이 감돌았다.
얼른 외치고 마시세. 뭣하면 내 대신 건배사라도 해 줄 테니. 인심 썼다는 투로 말하는 만다린을 가볍게 엎어치기 위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피테르가 제 잔을 고의적으로 힘껏 부딪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실더 길드에도,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물론 그들의 시간은 저녁놀이 완전히 사라져 갈 즈음부터 시작하겠지만 그런 건 아무렴 좋은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