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토에 부는 바람이 살갗을 타고 올라와 피부를 짓눌렀다. 질량도 형체도 그 무엇도 없는,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에 불과한 것이 그 정도의 무게를 지닐 수 있었던가. 칼바람에 뒤섞인 덧없는 눈발. 빛을 되찾지 않는 한 영원히 밝아오지 않을 밤의 중심.
새카만 어둠의 한복판에서도 묵묵히 앞을 비추는 등불이 몇 개.
폐마저 얼어붙을 듯한 겨울 밤의 공기가 기도를 꽉 채운다. 아주 오래 전, 무언가의 열차라도 달렸던 듯한 빈 철로가 북북서의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다. 비를 맞은 지 너무나 오래되어 눈 녹은 물을 제외하면 그 어떤 물방울 하나 없는 메마른 설원.
잃어버린 이들을 되찾기 위하여, 내딛은 발이 그 자리에 섰다.
더 이상 덮을 지형도 없는 새하얀 눈밭에 끝없이 내리는 눈이 어느새 발등을 얇게 덮었다. 제자리에 정신을 놓고 서 있다가는 내리는 눈에 잡아 먹혀 버릴 것이다. 걸어온 발자국이 지워지기 전에 새로운 발자국을 내려던 바로 그 찰나.
끊임없이 쌓여 온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지반이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아래로,
더 아래로.
무너진 지반의 끝에는 거대한 땅굴 비슷한 곳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앉았기에, 도구도 무엇도 없이 위쪽으로 올라가기는 제법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아주 커다란 무언가가 서식하고 있다 해도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의, 널찍한 공터와도 같은 장소. 자연적으로 원래부터 존재했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보아도 무방할 만큼의 규모를 지닌 땅굴. 누군가 인위적으로 이를 조성하였으며, 이 때문에 눈을 받치고 있던 지반이 약해져 이런 식으로 무너져 내려 앉았다는 것이 그럴싸한 설명이 되겠지.
땅굴의 안쪽에는, 여태껏 돌아오지 않았던 탐사대 동기들이 있다. 자아, 그럼 이제 잃어버린 이들도 되찾았으니 돌아가는 일만 남았나.
어떻게?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 하늘에서 쏟아지듯 내리는 눈이 땅굴 안쪽까지 들어왔다. 세차게 불어온 바람에, 바깥에 있던 다른 이물질까지 섞여서 들어온 모양으로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툭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바깥에서 그냥 밀려들어왔다고 보기에는 조금 많이 이질적인 류의 것.
사람 몸집의 몇 배나 되는, 거대한 뱀의 시커먼 허물이 새하얀 눈과 함께 땅굴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여전히, 눈이 온다.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