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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로에서 나던 연기가 느릿하게 가라앉았다. 정해져 있던 철로가 곧 끊길 신호였다. 선로가 향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이정표라든가, 중간중간 이탈 여부를 점검하는 안내인이라든가 하는 건 일절 없었으나 어찌 되었든 여로는 끝난다는 이야기.

 

 손끝에 닿는 공기가 제법 찼다. 간혹 뱉어내는 숨에 허연 김이 묻어났다. 지상을 향한 기록에 - 대체로 들어맞아 왔으나, 또 그것이 앞으로도 들어맞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 의하면, 또한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본다면 이 수레의 끝이 향하는 곳은 하나뿐.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칼바람이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마디뼈를 서늘하게 훑었다. 

 

 완전히 박살난 철로 끝에서, 수레는 완전히 멈추어 섰다. 썩 나쁘지만은 않은 운송 수단이었음을 높게 쳐서 열차, 라 칭할 수도 있겠으나 아무렴 이름 따위는 상관 없지. 수많은 시대의 흔적이 상흔의 형태로 남은 선로 막바지에 하릴없이 굴러다니는 철골 겉에는 얼어 붙은 이슬이 성에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이 계절에도, 신의 축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동토에도 어떤 식이든 꽃은 피어난다. 시간은 어느 정도 되었지. 오전인가? 아니면 오후? 어느 쪽이든 스며드는 여명도 스멀대는 땅거미도 찾아오지 않는 추위 속이니 시간을 알든 모르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겠으나.

 손톱 속에 스며드는 감촉은 불과 몇 주 전 아이슈타트에서 피부 속을 침투하던 열기와는 전혀 다른 류의 감각. 선로의 끝 저편에서 자그마한 어둠이 피어났다. 그것은 그저 노스트라이아의 작은 별 하나 없는 바깥으로 향하는 여분의 출구라는 것쯤 모습을 보았을 때부터 이미 지레짐작했을 테지. 왔던 길 역시, 어둠에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구해내지 않는다면 돌아오지 않을 것들. 나아가지 않는다면 발목을 잡아 심연 아래로 끌고 내려갈 어둠. 

 

 새카만 하늘에는 먼 옛날 부족을 이끌었다던 신의 인도 따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그저 칠흑 같은 융단이 하늘을 덮어 둔 가운데, 유일하게 빛을 내는 것은 인간의 능력. 등불과, 마정석과, 마법 같은 이야기들. 

 

 지나온 땅이 신의 축복이 흘러넘친 곳이었다면, 기다리는 땅은 신의 인도로부터 버려진 대지. 

 

 그리고 인간의 인도가 함께할 땅.

 

 동토에 엉겨붙는 건조한 바람이 고요히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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