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순혈 드래곤 바흐라가 금일 새벽을 일기로 타계하였습니다. ]
타계라는 단어를 신문 일면에서 보는 것이 얼마만이었던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중앙 광장은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순혈 드래곤은 에덴에서 완전히 멸족하였다.
단어 하나하나 무겁지 않은 것이 없다.
제 일족이 하나 둘씩 스러져 가는 것을 마지막까지 끝내 지켜보아야만 했던 이는 지상 탐사에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못했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그는 오롯한 절대 중립.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은 이는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 들지도 않고, 대체로 매사에 무관심해진다는 말이 있었지. 그는 정확히 그 말에 들어맞는 이였다.
[ 이번 탐사대에 드래곤 혼혈인지, 쿼터인지. 있다고 하지 않았나? ]
[ 글쎄, 뭐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지만서도…… 오늘 내려간댔지? 지상 탐사대. ]
지상 탐사 그 자체에 흥미가 있는 이들과, 딱히 흥미는 없지만 그럼에도 아직 기대를 완전히 잃어버리지 못하고 배웅하기 위해 모여든 이들. 속에 품은 것이 다른 이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소음이 조금은 거추장스레 느껴질 법도 한 아침이었다.
광장 한구석의 벤치에 앉아 다리를 천천히 흔들던 여인이 책장을 넘겼다. 십 년 전이었던가, 더 된 일이었던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으나, 그 언저리의 시간에 저쪽의 길에서 풍선을 놓치고 말아 울음을 터뜨렸던 기억이 선연했다. 그 날, 자신을 탐사대라 칭하는 사람들이 풍선을 내려 주고 도와 주었었지. 대략적인 시간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 오늘 내려간다는 그 기수일 것이었다.
그 아침에 보았던 드래곤 할아버지는 무슨 얼굴을 하고 있었더라. 타계 소식이 뜬 지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았으나 벌써부터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이번 기수의 탐사대 또한 마찬가지이겠지. 5년만에 돌아온 하늘길이 열리는 날이라며, 혹여 지난 기수의 탐사대가 열린 하늘길을 통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이번 기수의 탐사대가 지상에 빛을 되찾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반씩 품고 모여든 이들도 몇 시간, 혹은 조금의 시간만 더 지나면 그들이 누구였는지 잊고 말 것이다. 시간과 이별은 으레 그런 식이었으므로.
팽팽하게 부푼 공기가 광장을 둘러싸고 감돌았다. 곧이어 이 중앙에서 하늘길이 열리면, 때맞추어 이번 기수의 탐사대원이 등장한다. 그것은, 정확히 시간을 어떻게 맞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기억하는 한 그렇게 ‘되어 있다’. 마지막 남은 드래곤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이들도 잠시 말을 멈추고 지상을 되찾으러 내려가는 용감한 이들을 위한 찬사와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짧은 배웅과 연설이 이어지고, 완전히 열린 하늘길로 내려간 이들의 뒷모습을 그 자리에 서서 가만 지켜보다가 – 혹여, 누군가 올라오리라는 기대를 접지 못한 채로 그렇게 한참을 서 있는 것이다. 그 문이 정오를 기점으로 서서히 닫히기 시작하면 그제야 망부석마냥 멀거니 서 있던 이들이 자리를 떠 일상으로 돌아간다. 5년마다 돌아오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날이지만, 바꾸어 말하자면 5년마다 반복되던 그 어느 날과도 같은 평범한 날.
그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갈 것이다. 탐사대 기념비가 몇 주 안으로 세워지고, 남겨진 이들은 꽃을 한아름 사다가 기념비 앞에 내려놓으며 5년 뒤에 다시 만나게 해 달라는 기도를 신께 올릴 것이고……
그리고 떠난 이들은 어떻게 되지?
답할 이 하나 없는 질문을 던져 본다. 누군가는 입을 열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이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이별에 훌쩍이기도 한다. 그들 중 누구도 그가 던진 물음에는 답해 주지 않았지만.
창공에 마구잡이로 흩날리는 바람결마저 눈부신 오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누군가는 불어가는 바람마냥 떠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불어오는 바람마냥 찾아오겠지. 그는 알고 있다.
그들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