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장에 맴돌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쳤다. 잠깐의 정적 끝에 이어지는 목소리는 내려앉은 분위기와는 꽤나 걸맞지 않아서, 모인 이들 중 교수 특유의 기운찬 목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가 있었다면 전반적인 분위기를 읽는 데에 꽤나 곤란을 겪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아하하, 이거 굉장한걸! 무엇을 상상하든 우리 애들은 항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니까. 그래서 더 짓궂게 굴어버리는 걸지도~ “
회피론입문 교수의 즐거운 기운이 훈련장 전체를 순식간에 채워 나갔다. 준비해 둔 건 전부 보여줬으니 후회는 없어, 재잘대는 소리는 그가 대자로 드러누워 있는 바닥으로부터 올라왔기에 교수의 품위나 명예 같은 건 요만큼도 느낄 수 없었지만 딱히, 지금의 그에게는 아무렴 상관 없는 일처럼 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짤막하게 말을 마치고 훈련장을 정돈하기 위해 걸음을 옮긴 근력강화혁명 교수가 채 두 걸음도 가지 못하고 멈추었다. 애초에 탐사대 교수직이 이렇게 피곤한 일인 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텐데. 속으로 투덜거려 보지만 그는 분명 몇 년 전으로 돌아가도 기꺼이 교수직을 맡을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목덜미를 쓰다듬는 공기가 한없이 건조하고 또 차가웠다. 두 계절이 한쪽에서는 자신의 자리를 내어놓지 않기 위해, 한쪽에서는 뺏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는 것만 같이.
돌아가십시오. 오늘의 훈련은 여기서 종료하겠습니다.
꽤나 사무적인 교수의 말을 끝으로 해산 안내가 떨어졌다. 금일 훈련에서 잘 된 점과 부족했던 점에 관해서는 내일의 수업에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하는 장황한 설명이 사족처럼 이어 붙었으나 이를 귀담아 듣는 이들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야, 지쳤으니까-겠지.
치료반 측에서는 학생들의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며- 아니, 바닥에 쓰러진 건 내 쪽인데 나부터 먼저 치료해 줘야 하는 거 아냐? 교수진에 대한 대우 너무하네 이거- 만담 비슷한 것이 두 교수 간에 오갔다.
어두워진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든다. 비가 오려나. 생각하려던 찰나 물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당장 피해야 할 만큼 굵은 빗방울은 아니나, 위를 향한 속눈썹에 간혹 떨어져 내려 시야를 흐리게 하는 것이 조금은 성가시다. 점점 굵어지는 것도 심상치 않다. 볼에 닿은 빗방울이 유독 차다. 새벽을 거쳐 기온이 더 떨어지면 얼어붙기라도 할 모양이지.
돌아갈까, 아무렴. 성공했으니 이곳에 더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